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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것 이상의 쓸모를 향하여 - 모빌리티 서비스의 이유 있는 변화

Nov 18, 2021

기술 혁신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혁을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다. 인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산업혁명은 근래에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명명된 근래의 기술은 ICT 또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의 상호 교류, 융합이 이뤄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회⋅경제적 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기술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혁신을 유발해 기존의 생산 양식을 변화시켜서다. 또한 다양한 보완적 발명과 혁신이 장기간에 걸쳐 연쇄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이전과는 다른 지점이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산업도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는 이제 이동 수단 이상의 개념으로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로 이어지는 연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자동차 설계와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에 집중한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모빌리티(Mobility),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자연스럽게 모빌리티(Mobility)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자동차를 소유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구독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동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나 수단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끊김 없는 이동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지향한다.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라는 뜻의 마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해 예약, 결제,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마스가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 취향 계층과 노령층의 이동 격차 해소의 방안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실제로 핀란드는 2016년 윔(Whim)을 선보이며 마스 개념을 처음으로 현실화했다. 윔은 핀란드 모빌리티 스타트업 마스 글로벌이 핀란드 정부와 헬싱키 교통정보국 HSL과 협업해 만든 서비스로, 헬싱키 내 모든 교통수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윔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한 교통수단의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 결합된 MaaS를 준비하는 기업들

현재 마스 연합(MaaS Alliance)은 마스 레벨을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각각의 이동 수단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0단계를 거쳐, 각 이동 수단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1단계, 이동 수단의 탐색, 예약, 결제를 일괄 제공하는 2단계, 여러 이동 수단을 통합 및 일원화해 제공하는 3단계, 마지막으로 도시의 효율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4단계로 나뉜다. 3단계 이상부터는 승차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이 융합되는 단계를 말한다.

이미 기업들은 활발하게 3단계 이상의 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IT 빅테크 업체의 협업으로 스마트 커넥티드 카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 ADP(Automated Driving Platform)을 개발 중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관리가 필수인 자율주행차의 컴퓨팅 파워, AI, 데이터 처리 등을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경우 독자적으로 자율주행 기반의 전기차 제작에 나섰으며, 완성차 제조사와 애플카의 위탁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는 카 커머스(Car Commerce) 산업으로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커넥티드 카의 연결은 인포테인먼트 (V2X, Vehicle to Everything)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차량, 사물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차량, 차량-교통 인프라 등 통으로 안전과 정보를 교환하는 서비스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정도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카 커머스는 연결을 진화시켜 자동차용 간편 결제 시스템인 카 페이(Car Pay)와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를 서비스하고 있다. 차량에서 엔터테인먼트 구독을 비롯해 주유, 주차, 드라이브스루, 음식 및 생필품 주문 등을 가능하는 개념을 말한다. 마스터카드와 시리우스, P97 등의 기업들은 기존 인포테인먼트를 넘어서는 카 커머스 시장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 페이 서비스가 가능해진 건 무선 업데이트(OTA)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OTA는 차량의 소프트웨어,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의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원격 진단이 가능해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능이다. 2019년 테슬라가 처음 OTA를 적용한 이후 GM, BMW, 볼보, 벤츠 등이 이를 도입했다. 현대차도 2022년까지 모든 차종에 OTA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라스트 마일(Last Mile) 산업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최종 단계를 말하며, 궁극적으로 마스로 나아가기 위한 직전 단계로 구분된다.
더욱이 현재 라스트 마일은 전동화 시스템, 서비스 플랫폼의 결합, 로보틱스,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의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스트 마일 시장의 잠재성을 읽은 글로벌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구글의 경우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화물 배송업체인 유피에스(UPS)와 합력해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웨이모 비아(Waymo via)’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허가받은 뉴로의 경우, 지역 내에서 자율주행을 이용한 유료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은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도 생활밀착형 모빌리티 플랫폼을 목표로 마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건 카카오 모빌리티다. 구글과 협업 중인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를 빠르게 가동해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주차장,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티맵 모빌리티, 쏘카⋅VCNC, 네이버 등이 우버, SK, 현대차 등과 협업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3대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며 모빌리티 산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후 지주사인 카카오 모빌리티에 투자하며 관련 플랫폼 사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의 기술을 고도화해 신개념 모빌리티 설루션 구현을 준비 중이다. 도심 공항 모빌리티 개념인 UAM과 라스트 마일을 잇는 일종의 이동 혁명이다. 현대차는 신개념 모빌리티 설루션으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허브(Hub, 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비전화했다.

먼저 UAM은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결합,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설루션이다. PBV는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근거리 화물 운송에 사용하는 친환경 이동이 가능하다.
허브는 UAM과 PBV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신개념 설루션이라 볼 수 있다.


탈 것 이상의 쓸모를 향해 가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일상에 어떤 긍정적인 쓸모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