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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피커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쓸모

Feb 10, 2022

‘무어의 법칙'은 1960년대 인텔 연구원 고든 무어의 주장으로, 컴퓨터 칩의 성능(연산 능력)이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흥미롭게도 2012년까지는 이 법칙과 거의 비슷하게 인공지능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공동 발표한 ‘인공지능 인덱스 2019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무어의 법칙보다 성능 향상 속도가 7배나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이후부터는 가속도가 붙어 3~4개월에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다른 조사에서는 AI 기술의 성능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5배에서 최대 100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발달된 AI 기술은 특정 영역을 넘어 사물인터넷과 접목되면서 보다 손쉬운 접근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 등 사람의 생활 영역 전반에서 라이트 한 레벨의 AI 기술을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스피커는 꾸준히 소비되면서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39.24%, 약 900만 가구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리서치기관 Strategy Analytics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의 스마트 스피커 판매량은 1억 5천만 대를 넘어섰다.

대중성 확보한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스피커는 2014년 11월 아마존이 ‘에코'를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구글 홈의 ‘어시스턴트’, 애플 홈팟의 ‘시리’, SK텔레콤의 ‘누구’, 네이버 프렌즈의 ‘클로바’, 카카오미니의 ‘카카오 아이’가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 등을 비롯해 글로벌 ICT 기업 대부분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앞으로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는 다른 IT 기기와 비교해 대중화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시장 도입부터 점유율 75%에 도달하기까지 약 5년 남짓이 소요됐다. TV가 약 12년, 스마트폰이 7년여 정도 걸릴 것과 비교해 봐도 빠른 속도다. 전문가들은 이미 스마트 스피커가 대중에게 초기 수용단계를 넘어 초기 대중화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빠른 확산은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가 음성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령을 내리고 결괏값을 얻는 속도가 터치보다 음성이 현저히 빠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그 편의성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마존의 경우 ‘에코닷’을 출시하면서 아마존 쇼핑과 연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찾는 물건의 가격을 물으면, 에코닷이 설명과 가격을 바로 알려준다. 마지막에 주문 여부에 대답하면 아마존에 등록되어 있는 카드로 결제가 완료된 뒤 등록된 주소로 배송된다.

사람들은 스마트 스피커를 어떻게 사용할까?

스마트 스피커는 코로나19 이후로 사용량이 더욱 급증했다. NPR & Edison Research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의 4분의 3이 코로나19로 기존 미디어 소비 습관을 바꿨다고 응답했다. 스마트 스피커 보유자 중 35%는 이전보다 많은 뉴스와 정보를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얻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6%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소비가 늘었다고 대답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조사 결과가 있다. SK텔레콤의 ‘누구(NUGU)’가 탑재된 B tv 셋톱박스의 발화량은 19년 12월 대비 20년 3월 약 48% 증가했고, KT ‘기가지니’ 역시 20년 1분기 전체 발화량이 전분기보다 38% 올랐으며, 네이버 ‘클로바’도 20년 1월 대비 2월에 사용량이 17% 늘었다.

스마트 스피커로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뉴스, 음악, 날씨, 교통, 주식 등의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집안의 전기를 켜고 끄는 스마트홈 기능보다는 현재 스마트 스피커의 킬러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스피커,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쓸모를 더하려면?

스마트 스피커의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용자들은 다소 제한적인 형태로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 사용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왜 그 쓰임은 제한적일까? 일각에서는 몇 가지 요인에 대한 보완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스마트 스피커의 쓸모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먼저 유연한 연결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과의 연동이 어렵다 보니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벽이 낮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에 해외 제조사들은 2019년 연합체를 구성하고 기준 마련에 돌입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2019년 각종 스마트홈 제품들이 연동될 수 있도록 IoT 용 통신 프로토콜 규격 연합체인 ‘지그비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지그비 얼라이언스 회원사로는 삼성 스마트싱크, 이케아, NXP반도체, 슈나이더 일렉트릭, 시그니파이(옛 필립스 조명), 실라콘랩스, 솜피 등이 있다.

지그비 얼라이언스는 지난 5월 CAS(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로 명칭을 변경하고 스마트홈 기기 및 시스템에 대한 새 오픈소스인 매터(Matter) 표준을 발표했다. 매터는 와이파이, 이더넷, 스레드(Thread)와 같은 기존 네트워크 기술에서 실행될 수 있는 IP 기반 프로토콜이다. CAS는 21년 말 스마트 조명, HVAC, 출입 통제, 주택 보안, 창문 개폐기 등의 범주에서 첫 번째 매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도 매터를 통한 연동이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특성상 웨이크 업(호출 명령)을 듣기 위해서는 스피커가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드는 모든 소리가 스피커로 수집된다는 불안이 있다.

실제로 2019년 네이버의 클로바와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가 음성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이용자의 음성 데이터를 활용한 게 알려져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다. 양사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음성 데이터를 비식별 처리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파기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논란 이후 네이버는 클로바에 음성 명령어의 저장 여부를 이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음성 데이터 수집에 대한 옵트아웃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옵트 아웃은 정보 공개를 기본 설정으로 해놓고, 동의하지 않을 시에만 동의 안함으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는 옵트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옵트인은 사용자가 개인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기 전까지 당사자의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는 제도다. 현재 인공지능이 수집하는 개인 데이터 보호는 사업자의 윤리 의식과 자율에 맡겨 놓은 상황이다. 법적 책임과 의무가 강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사생활 침해에 관한 문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쓸모를 찾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스피커는 스마트 홈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쓸모를 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달라진 역할은 ICT 기업 대신 통신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타깃층도 젊은 소비자에서 노년층으로 달라지면서 생겨난 변화다.

통신 3사는 돌봄을 키워드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누구'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긴급 구조 서비스를 위해 소방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119 안심콜 서비스'의 안내와 등록을 지원한다.
KT도 ‘기가지니 3’을 통해 광주광역시 서구청과 돌봄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사투리 단어사전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초기 사투리 인식률은 약 91%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네이버의 클로바가 탑재된 스피커를 출시하고 홈 보안 서비스인 ‘U+스마트홈'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스마트 스피커 판매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는 슈퍼컴퓨터 기반의 초대규모 AI 프로젝트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카카오 미니의 경우, 스마트 스피커에 직방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탑재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AI 기술인 스마트 스피커가 앞으로 또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해 사용자에게 쓸모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지 기대해본다.